“마누라보다 더 좋은” HSA
(2023년 업데이트)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가 없는 미국의 의료비는 아주 비싸다. 비싼 의료보험료를 내고도 코페이, 디덕터블, 코인슈런스, 아웃오브파켓 맥시멈 등의 각종 환자 부담액이 무서워서 사람들이 선뜻 의사를 찾지 못하는 것이 미국의 슬픈 현실이다. 가족 중 한 명이 심하게 아프면 헤어날 수 없는 경제적 파탄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이다. 그런 이유로, 미국 사람들이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의료비 때문이라고 하는 뉴스는 놀랍지도 않다.
ACA (Affordable Care Act – 흔히 오바마케어라고 불림) 가 2010년에 시작되면서 의료보험 회사들이 지병이 있는 사람들을 차별하지 못하게 하고, 평생 받을 수 있는 의료비 제한액을 없애고, 또한 노인들의 보험료에 상한선을 두는 등의 각종 조항 덕분에 좀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정치인들의 손에 쥐락펴락 되는 의료정책은 언제 바뀔지 모른다. 미국에서 아픈 사람들이 언제나 돈 걱정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올지는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정부가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저축하여 의료비로 쓰라고 장려하며 각종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HSA (Health Savings Account)가 그것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 의료비로 쓰라고 세금혜택을 주는 건 아픈 사람한테 겨우 반창고 하나 던져주는 꼴이지만, 그거라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소개한다. 사실 혜택은 엄청나다.
HSA는 은퇴준비를 위한 Traditional IRA와 비슷하지만, 세금 혜택은 IRA 보다 훨씬 좋다. 초기 납부액 및 투자 이익금에 대한 세금이 유예되지만 은퇴 후 모든 출금액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 Traditional IRA 달리, HSA 는 의료비로만 사용하면 출금 시에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HSA 는 은행계좌 같이 생각하면 된다. 계좌를 트면 크레딧카드 같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데빗카드 (Debit Card)가 나오는데 (자동 발급이 되지 않으면 신청하면 됨), 이걸로 의료비 결제를 하면 계좌에서 금액이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사용처는 병원비나 약값은 물론, 의료보험에서 커버가 되지 않는 치아교정이나 가게에서 살 수 있는 혈압 재는 기계 등 아주 폭이 넓다. 집에 환자가 있어서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공사를 한다면 그 비용도 HSA로 사용할 수 있다. 같은 의료비용을 쓰더라도 단지 HSA 계좌를 걸침으로써 전액 세금공제를 받는 효과가 있는 거다. 이 계좌를 통하지 않는다면 개인이 의료비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은 인컴의 7.5% 이상 써야만 가능하다 (2023). 예를 들어, 당신의 금년 인컴이 $100,000 이고 병원비와 약값 등 의료 관련 비용으로 총 $7,000 을 썼다면 소득의 7.5%인 $7,500 미만이므로 아무런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이것을 HSA 에 넣었다가 바로 지급하면 전액 세금 공제가 가능하다. 평균 세율 20 가정, HSA납입 후 사용하면 $7,000 의료비 전액의 20%인 $1,400의 세금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는 거다. HSA 를 통해 절약할 수 있는 세금은 거주지와 소득 등, 개인마다 다르니 회계사와 상담 하시기 바란다.
계좌를 틀 수 있는 조건은 65세 미만이어야 하고 의료보험 가입자여야 한다. 무보험자나 비영리 단체를 통한 Medi-Share 나 Christian Med-Aid와 같은 코압(co-op) 프로그램 가입자는 들 수 없다. 가족 보험의 디덕터블은 $3,000 (싱글은 $1,500) 이상, 아웃오브파켓 맥시멈 (Out-of-pocket maximum) 은 $15,000 (싱글은 $7,500) 미만이어야 한다. 2023년 현재 HSA 납입 최고액은 $7,750 (싱글은 $3,850)이다. 55세 부터 $1,000을 추가로 저축할 수 있지만, 65세가 되면 더이상 납입할 수 없다. 가입 자격이 되는 의료보험은 대개 HDHP (high deductible health plan)라고 표시되지만, 표시되지 않았어도 국세청에서는 가입 자격을 deductible과 out-of-pocket maximum 금액만 규정하므로 이 두가지만 충족되면 열 수 있다고 여겨진다. (참고: IRS.gov) 만약 회사에서 급여를 통해 납부하면 페이롤에서 세금 공제가 되므로 개인적으로 보고할 것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열면 납입액을 공제받기 위해서는 해마다 하는 세금보고 시 별도의 서류를 적성해야 한다. (Form 8889)
세금공제를 위해 HSA 에 해마다 저축하지만 만약 쓸 일이 거의 없다면, 어디에서 계좌를 트느냐에 따라 은퇴계좌같이 투자도 가능하며 투자이익에 대한 세금은 없다. 만약 65세가 지나 은퇴 후에도 건강하여 모은 돈을 쓸 일이 없다면 인컴택스를 내고 이 돈을 출금하여 생활비로 쓸 수도 있다. 그러면 은퇴계좌인 Traditional IRA 자산과 마찬가지가 된다. HSA 자산은 은퇴계좌와 마찬가지로 크레딧카드사 등과 같은 일반 채권자로부터 보호도 되므로, 많은 사람들이 HSA 를 은퇴준비를 위한 제2의 세금쉘터로 활용하기도 한다. HSA에는 은퇴계좌에 있는 73세 부터의 최소 의무 출금액 (RMD – required minimum distribution)이 없으므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사망까지 가지고 있다가 상속하기도 한다(배우자가 아닌 사람에게 상속되면 출금과 함께 세금을 내야 함). 만약 65세 이전에 출금하여 의료비가 아닌 곳에 사용한다면 20%의 페널티와 세금을 내야 한다. 계좌를 열 때는 관련 비용 및 (투자를 원하면) 투자 옵션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도록 한다.
오래 전, 내가 CFP® (Certified Financial Planner)를 공부할 때 HSA에 대해 설명하던 강사가 한 말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자기는 와이프를 아주 사랑하지만, 만약 HSA와 와이프 중 하나를 선택 하라면 HSA가 이길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물론 웃자고 한 소리였지만, HSA의 혜택이 얼마나 좋은지를 단적으로 표현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적극 활용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