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2016년 3월에 쓴 칼럼>

지난달, 한국에 있는 사촌 동생의 남편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했다. 비만이긴 했지만, 운동도 열심히 하고 낙천적이며 인생을 참 즐기던 사람이었다. 여덟 살 어린 아내와 끔찍이도 사랑하던 고등학생 두 아이를 남기고 간 그의 나이 만 48세.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상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므로 사람들은 죽음을 애써 무시하고 준비 없이 살아간다. 어떤 일이든 준비 없이 당하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특별히 부양가족이 있는 젊은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면 가족들의 슬픔은 말 할 것도 없지만, 그에 못지않게 힘든 것이 경제적인 문제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기도 전에 집을 잃고 하루아침에 극빈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재산이 많아 남은 가족의 경제적 충격이 크지 않다고 하여도 미리 준비를 해 놓지 않으면 미국에서는 유가족에게 상속이 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가족 간에 재산 싸움도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있을 때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지면상 몇 가지만 간단히 소개하니, 더 자세한 정보나 당신의 상황에 맞는 준비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상담하시라. 

첫째, 마지막 가는 길에 대해 가족과 대화 하라. 만약 의식불명이 된다면 산소호흡기 등 의료기구에 의지하여 연명하고 싶은지, 뇌졸중이나 심장발작이 왔을 때 수술이나 심폐소생술을 받고 싶은지 등, 원하는(또는 원하지 않는) 마지막 의료서비스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상대방에게도 물어보라. 의식불명일 때 가족들 간에, 또는 가족과 의사와의 의견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Living Will을 작성해 자신의 원하는 바를 미리 문서화 해 놓으면 된다. 리빙윌은Healthcare Directive, Advance Directive 등 주마다 여러 이름으로 다르게 불리며 주정부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당신이 거주하는 주와 서류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지체 없이 작성하여 두는 것이 좋다. 원하는 장례의식과 장기 기증 여부 등도 미리 밝혀 두자. 참고로, 미국의 장의사협회에 의하면 2015년 현재 평균 장례비용은 $8,500 라고 한다. 

둘째, 유서(will)에 대해 이해하자. 많은 사람이 유서를 작성하면 모든 자산이 그에 따라 상속되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사람은 유서를 통해 양육권자를 지정할 수 있고 이것은 법적 효력이 있으므로 필요하다. 그러나 재산에 관한 한 유서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나중에 가족 간 이견이 있으면 법정공방으로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하거나 자식 간에 불공평하게 재산을 분배한다는 유서를 써 놓았을 경우, 그에 불만이 있는 유가족의 법적 소송 가능성이 높다. 유가족 간 이견 없이 유서대로 상속이 된다고 하여도 서류상 상속인이 미리 정해지지 않은 개인 명의의 모든 자산은 부채정리와 명의이전 과정인 프로베잇 (probate)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법적 과정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들 뿐만 아니라, 차후 누구나 열람이 가능한 공개 자료가 된다. 따라서 중요한 자산들이 이 과정을 피하도록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세 번째 단계 참조). 

아무리 잘 쓰인 유서도 사망 후 유가족이 찾을 수 없으면 소용없다. 존재 여부를 가족에게 미리 알려 주고, 만약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유서를 다시 작성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재무설계사가 있다면 그에게도 한 부 보관하도록 한다.

참고로, 집과 차, 그리고 예금 등 ‘복잡하지 않은’ 자산이 프로베잇 과정을 거치는데 드는 평균 시간은 3~6개월, 비용은 2%~7%로, 총 가치가 $400,000 정도 일 때, $4,000~$28,000이 들 수 있다. (주마다 다름). 유가족 간 이견이 없고 비교적 단순한 프로베잇의 시간과 비용이 이러한데, 비지니스나 상업건물 등 다른 자산이 있거나 혹은 유가족 간 상속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 그 시간이나 비용이 얼마나 들겠는가?

셋째, 프로베잇을 거치며 유가족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도록 미리 조치해 두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자산을 공동명의로 하거나 상속인을 미리 지정해 놓는 거다. 그런데 공동명의로 해 놓으면 그 공동명의로 들어간 사람이 당신 자산을 출금이나 매매를 할 수도, 또한 그에게 빚이 있다면 채권자의 압류가 들어올 수도 있다. 자산의 가치에 따라 상속세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 (부부는 제외). 그래서 부부 외의 누구를 공동명의로 할 때는 전문가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좋다. 

금융자산의 경우, 해당 금융기관에서 TOD (transfer on death 또는 POD – pass on death)나 beneficiary를 지정하면 사망 후에 프로베잇을 거치지 않고 지정 상속인에게 바로 간다. 쉽고 비용이 들지 않으며, 공동명의가 아니므로 그에 따른 위험도 없다. 하지만 상속인을 바꾸고 싶을 때 서류작성을 다시 해두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남편이 이런 서류 처리를 하지 않아 사망 후 모든 은퇴자산이 수십 년 전 이혼한 전 처에게 돌아간 사례도 있다.  

만약 사후에도 자산을 ‘컨트롤’ 하고 싶다면 Trust 를 설립하여 자산이 신탁관리 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미성년자나 낭비가 심한 상속인, 또는 배우자에게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게 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특정인에게, 또는 비영리 단체에 기부되도록 하는 등 ‘끝까지’ 자산을 컨트롤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상속 방법이다.  그만큼 복잡하고 비용이 든다. 

끝으로, 자식이나 배우자 등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은 유가족이 겪을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산이 충분한 사람은 위의 상속 과정을 잘 준비해 놓으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명보험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요즘은 보험도 경쟁이 심해져서, 예를 들어, 45세의 담배를 피지 않는 건강한 남자가 20년짜리 $500,000 의 소멸성 생명 보험을 들 경우, 약 $80/월 정도로 가능하다. 필요한 사망보험금은 보통 연봉의 10배 정도가 권장되지만, 개인 마다 빚이나 자산 정도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다.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에게든 분명히 찾아오는 게 죽음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죽어서도 남은 가족을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할 수 있을 때 죽음을 준비하는 거다. 배우자나 부모, 형제, 그리고 성인인 자식 등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자. 시작은 힘들지만 대화를 하고 준비를 할수록 쉬워지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대화의 시작이 힘들거나 자신의 상황에 맞게 꼼꼼히 준비하고 싶으면 전문가와 상담 하는 것이 좋다*.

* 상속은 법과 세금이 관련된 과정이다. 따라서 법적인 과정을 담당하는 변호사, 세금 관련 조언을 할 수 있는 회계사, 그리고 자산을 관리하며 모든 과정을 모니터할 수 있는 재무설계사가 한 팀이 되어 준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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