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건강, 나의 돈, 그리고 정치

(2018년 중간 선거 때 기고한 칼럼의 교정판)

재무설계사로 일하며  내가 보는 아주 안타까운 일 중 하나는 한국인들이 미국에 살면서도 미국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 투표를 아예 하지 않거나 투표는 하지만 자신의 건강이나 돈에는 오히려 해로운 정책/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을 볼 때이다. 수년 전, 많은 치료 비용이 드는 지병이 있고 ACA (Affordable Care ACT -흔히 오바마케어라고 불림)을 통해 의료보험비의 대부분을 지원받는 어떤 사람이 ‘오바마케어’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며 성토하는 것을 보고는 할 말을 잃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은퇴 준비를 위해 모아놓은 돈이 없어 소셜시큐리티연금에 의지하여 사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부 프로그램 때문에 사람들이 게을러진다며 모두 없애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도 보았다. 자신이야말로 납부한 소셜시큐리티 세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부 프로그램’의 큰 수혜자라는 것을 알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나는 재무설계사로 일하며 정치인과 그들이 추구하는 정책들이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눈으로 직접 보며 아주 ‘정치적’이 되었다. 나의 건강(보험), 돈(세금, 소셜시큐리티 연금, 노후 정책),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 과정과 비용은 물론, 내가 마시는 물, 공기 등 모든 것이 정치와 정책에 의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 지를 보면서도 ‘정치적’이 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당신 집에 와서 가족의 건강과 재정에 관한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당신에게 불리하도록) 결정한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투표하지 않는 것은 나의 자율권을 포기하고 내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다른 사람의 손에 결정되도록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너무도 많은 한국 이민자들은 오래전에 떠난, 일찌기 투표권도 포기한 고국(한국)의 정치에는 지금까지도 대단한 관심을 보이지만 막상 자기가 살고 있는 미국의 정치. 사회적 이슈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옆집 가정사에만 신경 쓰느라 막상 자기 가정의 일에는 무관심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  

만약 당신이 건강보험이 있음에도 코페이, 코인슈런스 등 여러 이름의 환자 부담액이 무서워서 병원에 가는 것이 두렵다면, 소셜시큐리티 연금이 조만간 크게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빌리는 정부의 학생 융자 이자율이 모기지나 자동차 이자율보다 높아서 정부가 오히려 돈을 벌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깨끗한 물과 공기가 당신에게 중요하다면, 정치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정치와 정책이 직결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특별히,제2의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역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을 자신의 가족과 같이 소중히 여기고 행동할 수 있는 진정한 리더가 우리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 

나는 가끔 미국의 심각한 의료 문제나 심해지는 빈부 차이를 ‘남의 일’로 치부하는 사람들을 보는데, 그것은 결국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아주 근시안적인 사고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직장에서 제공하는 ‘좋은 보험’을 갖고 있어도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하거나 가족 중 누가 크게 아프면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의료비로 엄청난 돈을 쓸 수 있는 부자가 아닌 이상, 미국에서 사는 우리는 모두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파탄으로부터 한 발자국만 떨어져 있을 뿐이다. 의료비, 교육비, 보육비 같이 국민 절대 다수에게 영향을 끼치는 민감한 사안들은 정책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 곤란을 겪고, 당장 사는 것이 막막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가 불안하고 범죄가 늘어난다. 건강한 부자라도 안전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한 배에 타고 있다. 당신이 있는 곳에 물이 들지 않는다고 하여 아래층에 새는 물을 막아주지 않는다면 그 물은 곧 당신을 덮친다. 사회적인 약자들의 권리도 나의 권리같이 여기고 지켜줘야 하는 이유이고,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스스로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남들로부터 무시당하 듯, 어느 사회이든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회, 정책적으로 무시될 수밖에 없다. ‘바빠서’ 또는 ‘영어가 불편해서’ 등 어떤 핑계도 자신과 가족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무관심한 것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한인회와 신문 등, 기타 의식 있는 단체라면 미국에서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주류사회에 한류와 한식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한인들의 투표 참여도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책과 정치인을 지지하는 지는 당신의 자유이다. 그러나 당신이 지지하는 정책과 정치인이 당신의 건강과 주머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당신의 은행 계좌에 얼마가 있는지 알 듯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위에서 예로 든 사람들 같이 자신에게 불리한 줄도 모르고 남의 장단에 춤추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11월 3일 (화)은 미국의 투표일이다. 대통령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건강과 재정, 노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법을 제정하는 정치인들을 선출하는 중대차한 일이요, 미국에 살고 있는 당신이 미국 사회에 ‘나도 중요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투표권이 있는 당신이라면 반드시 행사하기 바란다.  VOTE411.org 에서 투표자 등록 및 당신 지역의 투표 장소와 투표에 부쳐질 정책/정치인들에 대해 미리 알아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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